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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조선왕릉은 자연 속에 있는 야외 박물관이자 미술관, 역사관, 공원,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름 숲은 이때만 볼 수 있는 짙푸른 빛깔을 더해가고 때로는 그늘을 만들어낸다. 자연 친화적인 조선왕릉으로 꼽히는 고양 서오릉에 다녀왔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조선왕릉군
5기의 능과 2기의 원, 1개의 묘, 인성대군 초장지의 위치와 모습 [사진/백승렬 기자]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시설자금대출 등재된 조선왕릉은 총 40기다. 가장 많은 왕릉이 있는 곳은 구리 동구릉이다.
다음으로 규모가 큰 곳이 고양 서오릉이다. 서오릉은 서쪽에 있는 5기의 능이라는 의미다.
서오릉의 시작은 1457년 세조의 첫째 아들 의경세자의 무덤을 조성한 데서 비롯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8대 예종과 두 번째 왕비 안 개인파산자격 순왕후의 능인 창릉, 19대 숙종과 두 번째 왕비 인현왕후·세 번째 왕비 인원왕후의 능인 명릉, 21대 영조의 첫 번째 왕비 정성왕후의 능인 홍릉 등이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현대에 숙종의 후궁으로 경종의 생모인 희빈 장씨, 영조의 후궁으로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의 무덤이 각각 다른 곳에서 옮겨져 왔다.
서로 생애최초주택구입 다른 언덕에 있는 동원이강릉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는 창릉의 석물 [사진/백승렬 기자]
창릉은 서오릉의 가장 안쪽에 있다. 예종과 두 번째 왕비 안순왕후의 능이다.
붉은 기둥의 홍살문을 지나면 정자 삼척원주 각이 보인다. 그 뒤편으로 가면 푸른 경사지가 있다. 관람객은 보통, 여기에서 발길을 멈추게 된다. 능침까지 올라갈 수 없게 울타리가 쳐져 있다.
하지만, 능침에 있는 석물의 형태는 조금씩 보인다. 창릉의 형태는 서로 다른 언덕에 왕과 왕비의 무덤이 있는 동원이강릉이다.
취재팀은 능침까지 보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미리 신용불량자회복기간 밟아뒀다. 예종의 능이 있는 왼쪽 언덕에 올라갔다. 조선왕릉은 일반적으로 정자각에서 바라볼 때 왼쪽이 왕의 능이다.
경릉의 홍살문과 그 사이로 보이는 정자각 [사진/백승렬 기자]
예종 능의 문석인(문인 모습의 석물)과 무석인은 근엄한 느낌이었다. 석마(말 모양의 석물), 석호, 석양의 등은 세월의 더께가 쌓인 것인지 거멓게 보였다.
석물은 하늘과 나무, 사초지, 정자각 등이 어울린 풍경 속에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을 골라 언덕을 내려갔다가 이번에는 건너편에 있는 안순왕후의 능으로 올라갔다.
여기에서 예종의 능을 바라봤다.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더해진 풍경은 평온함을 안겨주곤 한다. 주변이 고요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었다.
예종은 세조와 정희왕후의 둘째 아들이다. 맏아들인 의경세자는 20세에 세상을 떠났다. 의경세자의 둘째 아들이 성종인데, 성종은 아버지를 덕종으로 추존했다.
서오릉에는 추존 덕종과 소혜왕후의 능인 경릉이 있다. 소혜왕후는 시간이 지나 인수대비로 불렸다.
동원이강릉인 경릉에선 왼쪽 언덕이 소혜왕후, 오른쪽이 추존 덕종의 능이다. 덕종은 왕세자 신분에, 소혜왕후는 대왕대비로 있을 때 세상을 떠났다.
숙종의 명릉…아담한 석물에 눈길
고양이를 사랑한 임금
오른쪽 쌍릉이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 왼쪽 단릉은 인원왕후의 능 [사진/백승렬 기자]
서오릉이라고 하면 숙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는 왕비를 포함해 숙종과 관련된 4명의 여인이 잠들어있다. 역사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졌다.
숙종은 서인과 남인 중 정치 주도 세력을 바꾸는 세 차례의 환국을 통해 왕권을 강화했다. 그는 46년간 재위했다.
숙종의 능은 서오릉 입구를 지나면 처음 보이는 명릉에 있다. 숙종과 두 번째 왕비 인현왕후는 쌍릉 형태로 있고, 건너편 언덕에 세 번째 왕비 인원왕후의 능이 별도로 있다.
숙종과 인현왕후 능의 문인석과 무인석은 취재팀과 동행한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대로 소박했다. 키가 작아 아담해 보였다. 숙종은 생전에 규모가 작은 석물에 주목했다고 한다.
능침에서 만난 고양이 [사진/김정선 기자]
옆에 있는 인현왕후의 능을 돌아보고 있는데, 석상 아래에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머릿속에 '고양이 집사'였던 숙종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오릉 입구 옆에 있는 역사문화관은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명릉을 소개한 코너에선 문인 화가이자 평론가 이하곤(1677~1724)의 문집 '두타초' 중 '서궁묘사'(書宮猫事)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능침에서 만난 고양이가 석마의 뒤쪽 어딘가를 보고 있다. [사진/김정선 기자]
숙종은 궁중에서 색은 노랗고 덩치가 큰 고양이를 길렀다고 한다. 금손이라 불린 이 고양이는 숙종이 세상을 떠난 이후 음식도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행과 마주친 고양이는 능침에 계속 머무르지는 않았다. 고양이를 사랑한 숙종이니, 인근에 찾아온 손님을 불경하다고 내쫓기보다는 반겨줬으리라 생각했다.
멋스러운 익랑이 있는 인경왕후의 익릉
안정감을 주는 익릉 정자각과 자연 지형을 살린 향로와 어로 [사진/백승렬 기자]
숙종의 첫 번째 왕비 인경왕후의 능인 익릉은 명릉에서 떨어진 지점에 단릉 형태로 있다.
여기는 홍살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바라본 풍경이 좋았다. 자연지형을 살려 향로와 어로를 조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익릉의 지형은 조금씩 경사가 져 있다. 향로와 어로 중간에 단차를 뒀다. 그 끝에 정자각이 있다.
건물에 양옆으로 한 칸씩 더 만들어 벽 없이 기둥을 세운 익랑이 두드러졌다. 자연과 어울리면서도 세련돼 보였고, 정취를 더해줬다. 능침의 석물은 명릉보다 컸다.
대빈묘 [사진/백승렬 기자]
서오릉에는 대빈묘로 불리는 희빈 장씨의 묘가 별도로 있다. 경삿길에 있는데, 처음부터 서오릉에 있었던 건 아니다.
희빈 장씨는 후궁에서 왕비까지 올랐다가 다시 희빈이 됐다. 아들 경종이 즉위한 뒤 옥산부대빈으로 추존됐다.
영조 뜻대로 안 된 능 자리…정성왕후만 있는 홍릉
표정이 인상적인 홍릉 무석인과 석마 [사진/백승렬 기자]
조선 국왕 중 가장 재위 기간이 긴 인물은 영조다. 52년간 국왕의 자리에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왕비인 정성왕후는 조선 시대 왕비 중 가장 긴 33년간 왕비 신분으로 있었다. 정성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영조는 그 옆에 묻히겠다며 자리를 미리 만들어놨다.
하지만, 그의 무덤은 두 번째 왕비 정순왕후와 함께 구리 동구릉에 조성됐다. 홍릉은 오른쪽에 정성왕후의 능이 있고 바로 왼쪽은 비어있다.
왼쪽 능 자리가 비어있는 정성왕후의 홍릉 [사진/백승렬 기자]
문석인과 무석인은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아랫입술 중간 부분이 둥그렇게 내려와 있어 얼핏 봤을 땐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영조 시대를 논할 때면 그의 후궁으로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도 회자된다. 영빈 이씨의 무덤은 1970년 서오릉으로 옮겨왔다.
무덤 이름은 조성 당시 의열묘였다. 대한제국 선포 후 사도세자가 장조로 추존되면서 수경원으로 높여졌다.
조선왕릉을 다니다 보면 생과 사, 희로애락 등 인생의 많은 이야기를 담은 파노라마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몰랐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많다.
사연을 간직한 순창원 [사진/백승렬 기자]
서오릉에는 명종의 아들 순회세자와 공회빈의 무덤인 순창원이 있다. 순회세자(1551~1563)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왕세자빈이었던 공회빈은 1592년 숨졌다.
하지만, 임진왜란 발발로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순창원 앞 안내판에는 전란 속에서 공회빈의 시신이 수습되지 못했고, 선조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신주를 만들어 순회세자와 합장했다고 적혀있다.
일제 강점기 때 무덤이 고양 서삼릉으로 옮겨진 인성대군 초장지 [사진/백승렬 기자]
서오릉에는 예종과 장순왕후의 아들인 인성대군 초장지도 있다. 그의 무덤은 일제 강점기 때 고양 서삼릉의 왕자·왕녀묘역으로 옮겨졌다.
왕자·왕녀묘역은 수도권에 있던 왕자·왕녀의 묘 22기를 한곳에 모아 조성한 곳이다. 서오릉의 인성대군 초장지에는 조성 당시 만든 문석인이 남아있다.
흙길 따라 산책하며 감상하는 건축미
오전 조깅을 하는 시민 [사진/백승렬 기자]
취재팀이 서오릉을 찾았을 때는 방문객이 적지 않았다.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조깅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능역이 넓은 편이라 여유로웠다.
매표소 벽면에는 '자연보존 형태의 사적지'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취재팀은 흙길을 걸으며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을 따라 움직였다.
산책길 옆 나무에 앉은 오색딱따구리 [사진/백승렬 기자]
자연 지형을 살려 조성한 조선왕릉의 건축미와 조형미가 한껏 어우러져 보이는 것 같았다.
입구 옆 역사문화관에선 조선왕릉과 세계유산, 서오릉을 알기 쉽게 설명한 전시물과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에어컨바람이 시원하게 나와 쉬어가기에도 좋았다.
서오릉에는 산책로인 서어나무길과 소나무길이 따로 있다. 걷는 데 각각 40분, 20분 정도가 걸린다.
역사문화관 내부 [사진/백승렬 기자]
서어나무길에선 인근 도로의 자동차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새 소리가 들렸다. 한적한 숲속 길을 걷는 느낌이 났다.
서어나무 수피는 매끄럽지 않고 중간중간 울룩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소나무길은 가파른 계단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서오릉은 서울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내린 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707번 버스를 타면 20분 만에 '서오릉 입구' 정류장에 도착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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