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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자 대통령상을 받은 누님(왼쪽 세 번째)이 김화중(가운데)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념 촬영을 했다.


누님을 만나러 갔다. 아침 일찍 누님이 좋아하는 딸기와 몇 가지 간식을 준비했다. 누님이 생활하는 요양원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자주 방문한다. 이번에 찾았을 땐 시설 증축 공사가 한창이라 건물 주변과 마당이 어수선하였다. 시설 본관 1층 안쪽의 면회 장소에서 기다리면서 못 만났던 기간에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
잠시 후 시설 관계자와 함께 3층 생 골드몽게임 활관에서 내려온 누님은 머리를 곱게 빗어 단정한 모습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왔냐?” 하며 반갑게 손을 잡더니, 바깥세상 이야기가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었다. 가족들의 안부와 아흔이 넘은 사촌 언니에 대한 근황을 물어보더니 며칠 전 막내딸한테서 전화가 왔었다고 그때 나눴던 얘기를 자랑스럽게 풀어놓았다.
대화가 잠시 중단되고 누님이 무언가 생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각을 하더니 다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남편을 걱정하며 “불쌍해서 어쩔거나”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에 서로 고생하며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만남의 즐거움보다 누님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 어려웠던 생활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누님에게 의지하고 살았던 지난날이 생각나 마음이 울컥했다.
모바일바다이야기누님은 일곱 형제 중 장녀다. 내가 돌이 지날 즈음 마을에서 10리 떨어진 안정마을로 시집갔다. 결혼 다음 해에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시댁과 친정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사셨다. 1950년대 농촌의 팍팍한 살림살이에 힘겨운 시집살이와 친정집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까지.
내가 여섯 살 무렵 설날, 누님과 외갓집에 간 기억은 동영 바다이야기부활 상을 보듯 선명하다. 설날이라 빨간색과 파란색 줄무늬 양말에 새 내복을 입고 누님과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데 그 손이 너무 따뜻했다. 요즘과 달리 그때 겨울은 왜 그리 추웠는지 모른다. 마을을 벗어나 가운데 길로 논밭을 지나 하천을 건넜고, 서촌 갯가를 지날 때는 바닷바람이 너무 매서워 어린 내가 따라가기에 버거웠다. 그러자 누님은 한복 치마를 여며 입고 바다이야기꽁머니 나를 업어 바람을 마주하며 걸어갔다. 그때 느꼈던 포근함은 지금도 아련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집을 나서 오전 내내 논두렁과 바닷길, 산과 냇가를 지나 15리를 걸어 외갓집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점심 무렵이었다. 낯선 얼굴들이 가득한 방에서 할아버지·할머니께 첫 세배를 하고 동전 세뱃돈을 받은 다음 떡국과 떡을 조청에 찍어 먹는데, 친척들이 “잘 컸다, 많이 컸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외갓집 나들이는 내가 처음 외출했던 행복한 기억이고 누님이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창규(전 여수시 해양관광수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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