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이 현대자동차와 콜라보레이션으로 공개한 펑크 캐럴 ‘We wish’의 영상 화면. 현대차 유튜브 캡처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이 찾아왔지만 거리와 상점, 심지어 교회 카페에서도 캐럴을 듣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래 캐럴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이맘때 부르는 성탄 축하곡인데 이름값을 못한 지 오래된 듯 합니다. 한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의 푸념에서도 이러한 세태가 드러납니다. 지난여름부터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아이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엉터리 가사로 흥얼거리지만, 정작 이 노래가 캐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바다이야기프로그램 씁쓸하다고 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가도 캐럴을 접할 수 없는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목사는 “청년들이 재즈나 팝을 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카페에 들릴 때마다 12월인데 캐럴을 틀어야 하지 않겠냐고 볼멘소리를 할 때가 있다”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교회 카페는 릴게임 마이클 부블레의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와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기는 노래 정도만 가끔 튼다고 했습니다. 얼마간의 월정액을 내면 매장에서 저작권 문제없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최근에도 카페 음악 리스트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직접 축하하는 곡은 없었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습니다.



산타 복장을 차려입은 송파구청 어린이집 아이들이 18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더 스피어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캐럴이 사라진 12월의 풍경은 단순한 음악 취향의 변화만으로 설명되는 건 바다이야기디시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여러 원인을 지적합니다. 먼저 법조계에서는 저작권료 부담에 대한 오해를 꼽습니다.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모든 매장이 (캐럴 등을 트는데)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규모 매장이나 전통시장은 부담 없이 캐럴을 틀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음악 소비의 개인화, 성탄을 공동체적으로 기념 바다이야기오락실 하던 과거의 문화적 합의가 약화한 점도 큰 원인입니다. 안찬용 서울장신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은 “캐럴은 본래 개인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거리와 상점, 교회와 같은 공동 공간에서 듣고 새벽송, 예배 등에서 함께 부르던 공동체 음악의 성격이 강했다”며 “스마트폰과 이어폰 중심의 음악 소비 시대에 음악은 더 이상 시절을 알리는 공동체성 감성 공유가 아니라, 개인 취향을 만족시키는 선택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하나, 새로운 캐럴 창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21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서 '미리 메리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 특별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토요일 우천예보로 하루 연기돼 진행된 이날 공연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는 산타와 트리, 눈사람 등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연합뉴스


‘12월에는 캐럴’과 같은 문화적 도식이 깨진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상점이나 카페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공유저작물 음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교단 차원에서 저작권 협약을 맺어 캐럴 사용을 장려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공동체적 음악 경험 회복하려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캐럴 공연이나 합창 대회를 추진하는 방법, 학교나 청소년 단체와 연계한 캐럴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다음 세대가 캐럴을 들어도 캐럴인지 모르는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캐럴 창작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CCM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간 캐럴 앨범이 발매된 적이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짧은 시즌송이라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제작을 주춤거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기독교 음악인과 청년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대적 언어와 멜로디로 재해석한 캐럴 제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더 스피어(The Sphere)'에서 산타 옷을 입은 어린이들이 들판을 뛰고 있다.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되는 미디어 아트 상영은 15일부터 31일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내년 1일부터 15일까지 신년 인사를 주제로 미디어아트가 운영된다. '더 스피어'는 지름 7m 규모의 구형태 미디어아트 시설이다. 윤웅 기자 yoonyep@kmib.co.kr


‘악뮤’ 이찬혁이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지난 1일 유튜브 등에 공개한 펑크 캐럴 ‘위 위시(We wish)’에 대한 반응은 여러가지를 곱씹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며 만들었다… 모두가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그의 제작 의도는 ‘배고픈 아가… 사랑이 있길’ ‘병원에 기적이… 흰 눈처럼 오길’ 등의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없이 부르는 크리스마스 정신”이라는 한 네티즌 댓글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낮은 자리로 오신 그날을 기뻐하며, 더 나아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태도가 담긴 캐럴이 거리마다 다시 울려 퍼지기를 소망합니다. ‘12월=캐럴’이라는 계절적 감각이 다시금 우리 사회 속에 살아나길 기대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