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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금년 열여덟 살이올시다. 원래 평양 태생으로 벌써 여러 해 전에 서울에 올라와서 방금 OO권번의 기생으로 있는 바 저에게는 한 가지 큰 유감이 있습니다. 저의 얼굴은 그다지 남보다 뛰어나게 아름답지는 못하나 남에게 빠지지는 않습니다만 유난스럽게 남보다 코가 납작하여 얼굴 전체의 미를 없애줍니다.’(낮은 코가 가비 어쩌면 높아집니까. 조선일보 1925년 9월 6일)
열여덟 살 기생이 코를 높이는 법을 알려달라며 상담을 청했다. 당시 신문엔 독자 질문을 받고 답하는 코너가 유행이었다.
◇‘마음의 美, 가꾸라’ 조언
담당자 답변은 이랬다. ‘코 높은 것이 미의 원칙이 아닌 이상 코 낮은 것을 미(美) 아니라고 볼 수 우리은행 비과세 없을 것이올시다. 병원에서 융비술로 코를 돋울 수도 있기는 있으나 그것은 오히려 부자연한즉 자연미를 없애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융비술을 하여 코를 돋우거나 안 돋우는 것은 당신 자유에 맡기거니와 나의 생각에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미를 취하십시오.’
손님을 상대하는 직업 때문에 외모를 가꾸어야 한다며 질문했는데, 공자님 같은 답변이다. 계약금의배액 ‘모든 사람이 당신의 얼굴이나 재간을 보고 기뻐하게 허락지 말고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과 덕을 보고 기뻐하게 하시오. 이것이 당신의 직업에도 물론 해를 받을 일이 아닐 터이오.’
100년 전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해할 만하다.
1920년대 신문에는 성형수 직장인채무통합 술을 소개하는 기사가 종종 실렸다. 코세우기 수술 등의 효과와 부작용을 연재한 조선일보 1927년 5월15일자 '낮은 코를 인공으로 높이는 이야기' 첫회. 20일까지 5회 실렸다.
◇‘융비술, 비판적이지만…’
20세기 초 미인의 기준이 바뀌면서 조선에서도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 자녀교육비조회 아졌다. 신문, 잡지마다 성형에 대한 기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코 높이는 법을 다루는 연재 기사 ‘낮은 코를 인공으로 높이는 이야기 1~5(조선일보 1927년 5월 15~20일)’도 그중 하나다.
‘어떤 이는 코만 조금 높았으면 미인이 될 걸 하는 유감을 품게 된 이도 있습니다. 그런 이에게 대하여는 융비술의 발견이 아무 데도 비하지 못할 큰 기쁨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마음의 미가 제일이라는 말에 대하여 이의를 가질 이는 없겠지만 융비술을 한다고 마음의 미가 없어질 것은 아닌즉 이상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여기에 반항할 사람도 없을 줄 압니다.’ 분위기가 바뀐 걸 알 수 있다. 파라핀 요법, 연골 및 근육 이식법, 상아 삽입법 같은 ‘코 세우기’ 수술법과 부작용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좀 낯선 ‘상아삽입법’
상아삽입법은 좀 낯설다. 하지만 연재 기사(낮은 코를 인공으로 높이는 이야기 5, 조선일보 1927년 5월 20일)는 상아를 원하는 모양대로 깎은 뒤 코에 삽입하기 때문에 훌륭한 수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추천한다. 1923년 일본 의사 니시하타 요시다가 세계 최초로 발표한 상아를 이용한 코세우기 수술이다. ‘15분 내지 30분 동안에 수술은 마치게 되며’ ‘과히 아프지도 아니’한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1930년까진 코세우기 수술하는 곳 없어
물론 당시 성형수술이 조선에서 유행한 것 같지는 않다. 이 기사에서도 서두에 이렇게 썼다. ‘조선에서는 의사들 사이에도 ‘융비술은 다 무엔고, 별 장난들 다 하지’하고 비웃는 처지임으로 누구나 감히 코를 높이겠다고 나설 용기가 줄어지는 것이올시다.’(낮은 코를 인공으로 높이는 이야기 1, 조선일보 1927년 5월 15일)
1930년까지 조선에선 미용 목적의 코 수술은 흔치 않았던 모양이다. 1925년 청화(淸華)의원을 개업한 의사 김은선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융비술이나 삼가풀 지우는 수술은 하지 않습니까. 일본 같은데선 전문가들이 많이들 하고 있는 모양이지요?’라고 묻자 ‘네. 조선에서는 아직 하는 데가 없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일본 가서 좀 배워올까 하고 있습니다만….’(지상이동좌담회, 해학 속에 실정, 별건곤 1930년 5월호)
만화가겸 작가 웅초 김규택이 잡지 '여성'에 기고한 '유모어 소설-남편의 변명'에 그린 삽화. 코를 높이고 쌍꺼풀을 하는 성형수술을 풍자했다. '여성'1937년 7월호
◇‘쌍꺼풀은 쉽게 되구요.’
책 읽는 아내와 얘기를 나누던 남편이 ‘미용정형외과’를 들먹이는 아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다. ‘코 우뚝하게 하고 눈 쌍꺼풀지게 하는 수술 있지 않우?’ ‘응’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면 얼마나 들까 말이지 뭐.’ 알고 보니 아내는 여성 잡지 부록에 실린 성형수술편을 읽는 중이었다. 웅초 김규택 화백이 잡지 ‘여성’(1937년 7월)에 쓴 ‘유모어소설-남편의 변명’의 한 토막이다.
‘큰일 날놈의 책! 이 책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내 아내 얼굴 꼬락서니가 다 무엇이 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보던 책을 치워버리는 것(‘암살’)으로 마무리한다.
쌍꺼풀은 원래 조선에서 미인의 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1930년대에 들어서면 쌍꺼풀을 미인의 조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선에서도 쌍꺼풀 수술 정도는 의사들이 쉽게 했던 듯하다. 의사 김은선은 앞 인터뷰에서 융비술과 달리 ‘쌍꺼풀 같은 건 쉽게 되거든요’라고 말한다. K성형은 이렇게 시작된 모양이다.
◇참고 자료
지상이동좌담회, 해학 속에 실정, 별건곤(1930년 5월호)
김웅초, 유모어소설-남편의 변명, 여성 1937년 7월호
이영아, 예쁜 여자 만들기, 푸른역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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