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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포유류 중 가장 오랫동안 달릴 수 있도록 진화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거리 러너: "체코의 육상 영웅 에밀 자토펙(1922~2000)이 말했어.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고."
비(非) 러너: (일단 맞장구.) "어디선가 들어본 말인데, 그 선수의 어록이구나. 웬 달리기? 우리 몇 년 만에 보지? 너 그 사이 마라톤 시작했어?"
장거리 러너: "응, 풀코스 완주했고. 달리면서 이런저런 자료도 살펴봤지. 자토펙의 말에는 인체와 달리기에 대한 통 바다신2게임 찰이 담겨 있어. 인간은 달리도록, 특히 오랫동안 달리도록 만들어진 존재야. 자토펙 자신도 장거리 육상 선수였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참가해 마라톤에서 우승했어. 뿐만 아니라 5000m와 1만m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지. 한 대회에서 이 세 종목을 석권한 선수는 그가 유일해. 인체는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해. 내가 마라톤을 하면서 체득한 사실이야."
오션파라다이스예시 비(非) 러너: (좀 시들해지면서도 반박에 나선다.) "자토펙 같은 불세출의 선수야, 마라톤 풀코스가 아니라 100㎞도 내쳐 뛸 수 있겠지. 엘리트 선수들도 강도 높은 훈련과 대회 참가를 반복하면서도 관절과 근육에 탈이 나지 않을 수 있겠지. 하지만 '일반인은 따라하지 마세요'가 내 생각이야. 너는 운이 좋게 아직 다치지 않은 것이고. 정 바다이야기합법 형외과 의사들이 그러던데 마라톤 풀코스는 무릎에 무리를 주니까 조심하라고."
장거리 러너: "정형외과 의사들은 그런 조언을 할 만해."
비 러너: "내 말에 동의하는군.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정형외과 의사들이 "오래 뛰면 무릎 상한다" 경고하는 진짜 이유
장거리 러너: "정형 사이다릴게임 외과 의사들의 모집단은 제한되어 있어. 마라토너 전체가 아니라 달리다가 다쳐서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이 모집단이잖아. 그래서 그들은 달리기는, 특히 마라톤 풀코스는 위험하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
비 러너: "여하튼 장거리 달리기는 위험하고 특히 무릎을 상하게 하는 건 사실이잖아?"
장거리 러너: "부상의 요인은 한두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가지가 아니야. 관련 인대와 힘줄, 근육이 약한 상태, 과체중, 잘못된 주법, 통증을 무릅쓴 무리 등이 무릎 부상으로 이어져. 이들 요인 중 둘 이상이 복합되기도 하지. 부상은 통증과 함께 와.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지. 처음 신호가 왔을 때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대응할 경우 재발하지 않아. 70세 넘어서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어. 정형외과에 가는 러너 중 다수는 아마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간과한 채 계속 달렸을 거야."



'달리게끔 태어났다(Born to Run)'를 제목으로 앉힌 학술지 네이처 표지(사진 왼쪽)와 이와 동일한 제목의 책(사진 오른쪽). 네이처가 표지 논문으로 소개한 연구는 인체가 오래달리기에 적합한 특징으로 26가지를 꼽았다. 오른쪽 책은 장거리 달리기에 탁월한 멕시코 타라후마라족을 소개했다. 사진=인터넷 캡처


이는 장거리 러너와 달리지 않는 친구의 가상 대화다. 뛰지 않는 사람들은 러너를 걱정한다. 그러나 인체는 오래달리기를 잘하도록 설계됐다.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지난해 5월 실린 글은 "인간은 다른 포식자처럼 빠르지 않지만 지구력 달리기는 강하다"면서 다른 포유류한테 나타나지 않은 인류만의 진화로 피부의 털이 빠지면서 땀샘이 발달했고 아킬레스건과 발바닥활(발 아치)이 발달했으며 다리가 길어졌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 글은 '장거리 달리기 능력은 아마도 사냥감을 지치 떨어질 때까지 추적하는 데 유리하도록 진화했을 것(Long-Distance Running May Have Evolved to Help Humans Chase Prey to Exhaus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인간의 장거리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연구로는 2004년 《네이처》에 표지 논문으로 실린 '지구력 달리기와 호모속(屬)의 진화(Endurance running and the evolution of Homo)'가 꼽힌다. 이 논문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체에서는 머리?목 안정화와 몸통 안정화, 팔과 균형, 다리와 발, 체온 조절 등 다섯 가지 범주의 26가지 진화가 오래달리기에 유리하게끔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타고난 근육과 뼈가 뒷받침…누구나 훈련하면 네 시간 뛸 수 있어
이들 중 우리가 평소에 달리기와 연관 짓지 못한 것부터 꼽으면, 인간은 주둥이(?)를 비롯한 부위가 작아서 머리가 가볍고, 그래서 오래달리기를 더 잘할 수 있다. (이봉주 선수의 전성기 때 모습을 보면, 두상이 작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침팬지 등에 비해 대둔근이 크게 발달했다. (침팬지 엉덩이를 떠올려보라.) 대둔근은 달릴 때 앞뒤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은 팔이 짧아지면서 다리는 길어졌다. 그래서 침팬지에 비해 나무를 오르기에 부적합한 비율이 된 반면 달리기에는 적합하게 됐다. 침팬지는 걷다가 급하면 네 발로 자세를 바꾼다. 사람은 다리가 길어서 엎드리면 걸을 때보다 이동 속도가 훨씬 느려진다.
발로 내려오면,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나란히 정렬됐다. 침팬지는 엄지발가락도 엄지손가락처럼 삐져나와, 사물을 잡는 데 쓸 수 있다. 달리기에는 불리하다. 다른 영장류는 아킬레스건이 짧고 발바닥활은 없다. 사람의 아킬레스건과 발바닥활은 걸을 때보다 달릴 때 십분 가동된다. 착지 충격을 받아내면서 그중 일부를 반발력으로 돌려둔다. 마지막으로 '털 없는 원숭이' 인간은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할 수 있어서, 물과 전해질만 제공되면 여름 한낮에도 몇 시간이고 달릴 수 있다.
이 논문이 미처 꼽지 못한 사람만의 특징이 있다.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대후두공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에 자리잡았다. 다른 영장류는 뒤에 위치한다. 사람의 대후두공은 오래 달릴 때 경추가 무거운 머리의 중심을 잡기에 유리하다. 다른 특징을 더하면, 인간은 오래달리기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 서른 가지 정도 특징을 갖추게 됐다.
이런 조건을 갖춘 인간은 현대인이라도 누구나 짧게는 몇 개월만 훈련하면, 자신이 낼 수 있는 전속력의 절반 정도 빠르기로 네 시간 남짓 뛸 수 있다. 엘리트 마라토너는 인간 최고 스프린터의 약 60% 빠르기로 두 시간 넘게 달릴 수 있다. 중요한 건 달리는 시간이다. 다른 포유류는 체온을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처럼 오래 달리지 못한다.
멕시코 타라후마라족이 보여준 장거리 달리기의 진수
인체는 엄청나게 긴 시간 달리기를 견뎌냄을 입증해보인 사람들이 있다. 멕시코 북부 산악지대 코퍼 캐니언에 거주하는 타라후마라족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라라무리', 즉 '달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 책 《본 투 런》에 따르면 이들은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뛰기도 했는데, 결승선을 통과한 다음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에계, 오래 달린다더니, 고작 이걸로 끝났어?"
타라후마라의 오래달리기는 전해지는 이야기뿐 아니라 실제로 증명되기도 했다. 대회는 미국의 레드빌 울트라마라톤. 공식 이름이 '레드빌 트레일 100'인 이 대회는 로키산맥을 오르내리며 100마일을 달리는 경주다. 출발 후 30시간 이내에 결승점에 돌아와야 완주로 인정된다. 대개 참가자 중 절반 미만만 완주에 성공한다.
1994년 레드빌 트레일 100에 타라후마라 사람들이 출전해 우승은 물론, 10위 안에 다섯 명이 들어왔다. 우승 기록은 17시간 30분, 이전 기록을 무려 25분 단축한 신기록이었다. (장거리 달리기의 고수 타라후마라족도 이후엔 점차 전문적으로 훈련한 선수들에게 밀린다.)
타라후마라 사람들이 특별하긴 하다. 그러나 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오래 달릴 수 있다. 장거리 달리기는 인류의 원초적이자 본원적인 운동이다. 장거리 달리기는 태초의 인간을 경험하는 활동이다. 반신반의하는 당신에게 DNA가 증언한다. '인체는 오래 뛰게금 만들어졌다.'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